다복이가 오고 새복이가 식음을 전폐한지 사흘 째인 오늘 드디어 닭가슴살을 먹었다.

나는 애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체중이 급속히 빠지고 눈가가 쾡해지는데도 완강히 입을 다물고 음식물을 거부하는 새복이를 보면서,

애가 죽으면 야전삽을 사서 묻어줘야지..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던 터라 기쁨의 눈물이 터진 것 같다.

새복이와 함께 한 시간이 벌써 7개월에 접어 든다.

내 고양이가 나에게 준 행복감이 얼마나 큰지..

 

두 마리 다 설사에 구토를 해대서 병원을 동동대고 다니고,

냥이 관련 카페를 다 뒤지고, 지식인에 올라온 질문들을 보면서 나는 점점 더 절망에 빠지고,

점점 더 겁에 질려갔다.

그러던 어느 순간에,

사람도 동물도 죽고 사는 것을 내가 어찌 할 수 있으랴 하는 생각이 들면서

떠날 때가 되었다면 떠나겠지.. 라고 마음을 내려 놓는 한 편 아픈 애를 안고 쓰다듬으며 계속 말을 걸었다.

누군가를 그렇게 온 마음으로 뜨겁게 사랑해본 적이 있었을까 싶게 깊은 사랑을 담아 내 마음을 전달했다.

 

그리고 또,

새복이는 잘 못 되지 않을 것이고, 다복이랑 이쁘게 잘 지낼 것이다.. 라는 희망을 담은 상상을 계속 했었다.

누군가가, 아니 나를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내 모습에 많이 낯설어 할 것 같다.

나도 내가 가끔씩 낯서니까.

 

이제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새복이, 다복이가 나를 살게 할 것이다.

사랑하는 내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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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다은 2015. 5. 2. 23:16

4월 27일 오후 두시 경에 새복이 동생을 데려왔다.

이름은 다복이다.

복 자매 ㅎ

 

오자마자 다복이는 설사를 해서 병원에 다녀왔고,

주사를 맞고는 거품을 문 침을 질질 흘렸다.

 

오늘은 수업 마치고 돌아오니 새복이가 토를 한다.

옷 갈아 입을 새도 없이 이번에는 새복이를 들처 업고 병원에 갔다.

다복이와 똑같은 주사를 맞은 새복이가 또 다시 다복이 처럼 거품을 물고 온 집에 침을 흘리며 돌아다닌다.

수의사 선생님께 전화를 하니 통증 때문이라며 한 시간 넘게 그러면 전화를 다시 주란다.

 차츰 나아지고 잠도 조금 자더니 다시 깨서 입가에 침을 단 채로 타워에 앉아 나를 쳐다 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표정으로..

침 흘리는 건 많이 잦아졌다.

오늘 밤이 지나면 모두 나아지기를...

 

내 인생 시계가 3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

새복이는 민석이 처럼 약하고 입도 짧고 순하디 순하고,

다복이는 민우처럼 활발하고 빨빨대며 저보다 다섯 배는 큰 새복이를 먼저 툭툭 건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먹성이.. 검나 좋다.

 

내 자식들이 모두 장성해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데,

또 다시 자식같은 아기들을 키우며 뭘 먹일까, 똥은 잘 싸나, 아프지는 않나... 동동대고 있는 내 모습이

어째 많이 낯익다.

냥이들 덕분에 회춘할 거 같다..

 

이런 말이 생기지 않을까?

"고양이를 안 키우는 사람은 있어도,

한 마리만 키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라는..

 

우리 새복이와 다복이가 다정하게 몸을 꼭 기대고 함께 잠이 든 그림같은 광경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자라라. 내 새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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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다은 2015. 4. 29. 22:09

고등학교 때 친구가 감옥에서 출소하던 형제 셋에게 강간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등교한 친구의 교복은 그 때의 참상을 말해주듯 단추가 뜯겨 나가고 찢어지고 실밥이 미어져

이미 순수성을 잃어버린 듯한 강력한 상징성을 전달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겁에 질리고 벌벌 떨며 어쩔 줄을 모른채 친구를 안고 울고 또 울었다.

 

희생된 아이들의 영정 사진이 모두 교복 차림인 것이 너무나 처연하다.

나약하고 아직 보호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상징적 의미.

아직 교복을 입어야 하는 나이.

아직 꽃 피워 보지 못한 나이.

교복 안에 잠재되어 있는 무한한 가능성.

그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삶이 참 허무하기도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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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다은 2015. 4. 16. 23:08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모짜르트 레퀴엠이 흐른다.

아침만 해도 해가 쨍하더니 오후 3시경 부터 하늘이 회색빛으로 변하고,

급기야 비가 쏟아졌다.

 

상담 중에도 문득 문득 시간을 확인하면서 이 시간 쯤에는 아이들이 다들 살아 있고,

구명 조끼를 입은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아려왔다.

일에 집중하는 사이 사이마다 수시로 울컥이는 마음을 달래느라 어깨에 짐을 떠매고 다는 듯 무겁다.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너무나 허무하게 가버렸다는 점이다.

 

모두가 가슴에 돌을 얹고 사는 듯하다.

하늘도 사람들의 가슴 속도 모두 낮은 회색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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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다은 2015. 4. 16. 22:55

결혼 생활은 두 집안의 문화 충돌로 시작한다.

처음의 사랑이 유지된다면,

그가 먹는 음식, 생활 습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에 동화되고 그들만의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 식고 그 자리에 생활이 끼어들면 모든 것은 마찰을 일으킬 뿐이다.

 

나는 남편의 식습관이 이해가 안 되었다.

밥상을 차리는 도중에 그 잠깐을 기다리지 못하고

그릇에 밥과 반찬을 모두 때려 담아 소파에 앉아 TV를 보면서 밥을 와구와구 먹는 것.

일요일 아침이면 혼자서 라면에 밥과 김치를 넣어 끓인 꿀꿀이 죽.

거지도 아니고 저런 걸 어떻게 맛있다고 먹나... 싶었다.

그렇지만 그것 또한 그가 가진 이해 못할 행동 백만 스물 한 가지 중의 하나일 뿐이다.

 

뭐 좋으면야 무슨 짓을 하고 무얼 먹건 이쁘기만 했겠지만,

꼴보기가 싫었으니 모든 것이 다 싫었겠지.

각자가 살아온 환경의 부딪힘은 사람을 참 견딜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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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다은 2015. 4. 10. 16:18

일 마치고 돌아오면 새복이가 냥냥거리며 반긴다.

내 다리에 제 얼굴을 부벼대며 반가움을 온 몸으로 표현한다.

내가 들고 날 때 지켜봐 주고,

기다렸다가 반가워 하고,

집 안에 온기를 주는 존재.

이 따뜻한 느낌..

기분 좋다.

 

새복이가 사람 나이로 90살까지 산다면 20년 가까이 살게 된다.

그럼 내 나이가 70대.

우리가 같이 늙어가는 시점은 대략 60대인가?

 

내가 돌봐줘야 하는 애기가 아닌 내 친구 새복이가 기대된다.

그때는 서로 꼭 안고 체온을 나누게 되겠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느낌만으로...

아이 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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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다은 2015. 4. 6. 23:46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사과장수 트럭을 보았다.

봉지에 든 것은 만 오천원, 박스에 든거는 6만원인데 '암말 말고' 4만원에 가져가란다.

 

셈을 치르고 사과장수 부부는 두 개의 봉지에 사과를 나눠 담기 시작했는데,

그냥 있기도 그래서 '보관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고 가볍게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갑자기 아저씨가 목청을 드높여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고무 다라이와 항아리가 필요하다는 부분에서부터 집에 그런게 있을 턱이 없는 나는

이미 듣고 있지 않는데, 아저씨는 눈길을 피하는 나를 굳이 쳐다봐가면서

매우 열심히, 손 발짓을 해가며 여러 번 설명을 했다.

그러한 태도에서 자신이 파는 사과에 대한 자부심과 더불어 열정이 느껴졌다.

 

뭐든 시큰둥해 하며 쿨함만이 멋진 태도인 양 폼들을 잡지만,

사과를 보관하는, 그 간단한 방법을 일러주는 일에 조차 열정을 담아 내는 삶의 자세.

그런 자세를 배워야하는 건지도 모른다.

 

이미 내 집에는 그런 존재가 하나 있다.

빵끈 조차 혼신의 힘을 다해 사냥하는 우리 새복이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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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다은 2015. 3. 26. 07:41

2006년 4월 1일에 시작한 네이버 블로그 '섬하나의 방'은 친한 친구 몇 명하고만 교류할 목적으로 개설했다.

네이버에 대해 이러저러한 말들도 많은데다,

언제부턴가 남들에게 보여주는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내가 그만 싫증이 나버렸다.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글을 모두 이리로 옮기려고 보니 엄두가 안 나 모두 비공개로 설정해버리고 닫았다.

그 새 740개의 글을 써놨네..

참 많이도 씨부렸구나.

 

이제 이 곳 티스토리에서 가만가만 내 이야기를 적어 나가야지.

남들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일기를 적듯이..

우리 새복이와 나만의 공간으로 ㅎ

뭔지 모르지만 기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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