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등학교 때 친구가 감옥에서 출소하던 형제 셋에게 강간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등교한 친구의 교복은 그 때의 참상을 말해주듯 단추가 뜯겨 나가고 찢어지고 실밥이 미어져
이미 순수성을 잃어버린 듯한 강력한 상징성을 전달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겁에 질리고 벌벌 떨며 어쩔 줄을 모른채 친구를 안고 울고 또 울었다.
희생된 아이들의 영정 사진이 모두 교복 차림인 것이 너무나 처연하다.
나약하고 아직 보호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상징적 의미.
아직 교복을 입어야 하는 나이.
아직 꽃 피워 보지 못한 나이.
교복 안에 잠재되어 있는 무한한 가능성.
그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삶이 참 허무하기도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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