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엄마에게는 세 명의 여동생이 있다.

그 중에 막내 이모는 내 어린 시절의 기억에 자그마한 서양 인형처럼 예뻤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70년대는 여자가 남자와 데이트를 한다는 게 다 자란 성인임에도 금기시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큰 언니인 울 엄마는 이모의 감시조로 나를 붙여 주었던가 보다.

내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른체 이모를 따라 영화도 보고 맛난 것도 먹고 그랬다.

일고 여덟 살 때 인것 같은데 이모와 데이트 남친과 사이에 끼어 영화관이랑 레스토랑 같은 데에 따라 다녔다.

아마 나는 별로 말이 없고 순해서 앉아 있으란 데 앉아 있고, 먹으란 거 먹고 그랬을 거다.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에 이모의 남친 분은 초콜렛을 사주셨는데

손에 꼭 쥐고 잠이 드는 바람에 모두 녹아 오빠가 핥아 먹은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초콜렛은 생전 처음 보는 간식이었고 천상의 맛이 났다..

 

이모는 체구가 작아 내가 6학년 때쯤에는 이모의 옷을 물려 입기도 했다.

멋쟁이 이모는 미니 스커트도 많았고, 머리에 다는 장신구도 많았다.

손 위 언니들에 비하면 신 여성이라 직장생활도 했고, 그래서 이모 소유의 앉은 뱅이 책상에 화장품이 놓여 있었다.

'피부는 좋을 때 가꿔야 한다'면서 어린 나를 눕혀 놓고 오이 마사지도 해주고,

꿀 마사지도 해주셨지.

그 모든 걸 나는 마다 않고 다 받았나 보다..ㅎ

큰 언니의 첫 째 딸인 나는 아무래도 딸이었기 때문에 수줍음이 많은 내 위 오빠보다 귀염을 많이 받은 듯 하다.

그러고 보니 이모나 삼촌들 모두에게 귀염을 많이 받았네..

 

그런 이모가 72세 밖에 안 된 나이에 폐암으로 돌아가셨단다.

재작년 겨울에 큰 외삼촌 돌아가셨을 때 뵈었는데..

그 때만 해도 특유의 웃음과 말투로 내 손을 잡아 주셨었는데.......

어제 엄마에게 이모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더니

오늘 갑자기 이모 생각에 눈물이 터졌다.

 

내 나이가 벌써 56세.

주변 어른들이 한 두분 씩 돌아가시고 있다.

이제 이별이 살아 있지만 물리적인 거리로 인한 것이 아닌, 죽음으로 인한 것이 되어 가고 있다.

내 엄마도, 아부지와도 그렇게 이별을 하겠지.

내 아이들과도...

 

이모.

좋은 곳에서 아프지 말고 편히 쉬세요.

우리 언젠가 꼭 다시 만나요.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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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다은 2016. 3. 13. 14:58